맥주에는 기본적으로 물, 맥아, 효모, 홉 등 4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 500여 년 전 독일에서는 맥주를 만들 때 이 4가지 원료만 쓰도록 규정하는 '맥주 순수령'을 공포하기도 했지만, 맥주 순수령은 독일 내에만 해당하는 규정일 뿐 그 외의 재료를 넣는다고 해서 맥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이웃 국가인 벨기에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하여 맥주를 만들어 왔으며,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들도 과일이나 기타 곡물, 초콜릿, 커피 등의 부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맥주 스타일을 만들어 왔습니다.
물
물은 음료인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입니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은 술을 만드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입니다. 홈브루잉을 할 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를 사용하지만, 맥주 양조에 적합한 물은 따로 있으며 맥주 스타일마다 사용되는 물도 달라집니다. 칼슈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물(경수)은 포터나 스타우트를 비롯한 짙은 색을 가진 맥주에 맞고, 미네랄 성분이 적은 물(연수)은 필스너, 페일 라거 같은 밝은 색 맥주에 알맞습니다.
유명한 흑맥주인 기네스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은 경수가 나는 지역이고, 황금색 라거인 필스너가 태어난 체코 필젠에는 연수가 풍부합니다. 특정 지역의 물 특성에 따라 이에 맞는 맥주 스타일이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맥아
맥주는 보리로 만든 술이라는 뜻입니다. 맥주를 만들 때 스타일에 따라 보리 외에도 밀, 호밀, 귀리, 옥수수, 쌀 등의 다양한 곡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타 곡물이 들어가는 맥주에도 기본적으로 보리 맥아를 일정량 섞기 때문에 보리는 맥주의 필수 곡물입니다. 맥주를 만들 때 사용되는 보리는 따로 있습니다. 술로 발효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당분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보리는 전분 상태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보리의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리 낟알을 물에 담가 놓은 후 싹을 틔우고, 발아 진행을 멈추기 위해 이를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맥아, 영어로는 몰트 malt라고 부릅니다. 맥아는 술 만들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 보리라는 뜻입니다.
맥주에서 맥아는 맥주의 풍미와 색깔을 좌우합니다. 풍미와 색깔은 맥아를 건조한 뒤 가하는 열의 세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약하게 구워진 맥아는 밝은 색을 띄고, 강한 불에 오래 구운 맥아일수록 짙은 색으로 변합니다.
맥주를 양조할 때는 여러 종류의 맥아를 골고루 섞는데, 밝은 색깔의 맥아는 기본 맥아에 속하며, 이는 양조시 당을 알코올로 바꾸기 때문에 반드시 들아가게 됩니다. 여기에 특정 색을 띠는 특수 맥아를 섞어 맥주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기본 맥아 80%에 특수 맥아 20%로 조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효모
맥주가 술이 되기 위해서는 효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효모는 보리에서 나오는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중대한 역할을 합니다. 효모가 없다면 맥주는 보리 음료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맥아와 홉에 비해 맥주 맛에 끼치는 영향을 적다고 볼 수 있지만, 효모의 종류 또한 다양해서 어떤 효모를 쓰느냐에 따라 맥주의 스타일도 정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맥주 스타일에 적합한 홉을 골라 사용해야 합니다. 홉은 공기 중에 떠 다니는 미생물이지만, 루이 파스퇴르가 맥주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맥주 양조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맥주 양조에 적합한 효모를 본격적으로 배양하고 사용하면서 지역별, 스타일별로 효모가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유통되고 있으며, 맥주 양조에 적합한 효모를 엄선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홉
홉은 뽕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 식물의 꽃입니다. 맥주에서 홉의 역할은 열대과일, 풀향 등 다채로운 아로마와 더불어 쌉싸름한 맛을 내는 것입니다. 맥주가 요리라면 홉은 양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홉에는 맥주의 보존을 돕는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일종의 방부제 역할도 하게 됩니다. 홉의 매력은 산지와 품종 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홉의 종류에 따라 내는 향미에 차이가 있으므로 양조를 할 때에는 해당 스타일에 적합한 홉을 넣어야 합니다. 따라서 홈 품종에 따라 지역의 맥주를 규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홉의 단점은 금방 시들어 제 기능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즉, 신선도가 생명인데, 모든 맥주에 갓 수확한 홉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수확하자마자 가루로 만들어 냉동고에 얼려 보관하게 되며,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맥주에는 이런 상태의 홉이 들어갑니다.